답답한 中, '미국 책임론' 부각…종전선언 참여 기회 엿볼 듯

2018-09-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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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협상 미국에 달려", '中 책임론' 벗기

'발등의 불' 무역전쟁 대처부터, 역량 집중

북중 밀착 유지속 비핵화 논의 재진입 모색

[사진=신화통신 ]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급진전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이해 당사국을 자처해 온 중국의 대응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은 발등의 불인 무역전쟁 대처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 결과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해 '중국 배후론'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하며 북한과의 관계 유지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남북과 미국만 참여하는 종전선언은 중국이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공은 넘어갔다" 미국 책임론 부각

2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한반도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며 전날 남북 정상이 발표한 '평양 공동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를 핵무기와 군사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드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다"며 "각국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정전협정 65주년"이라며 "평화는 천천히 오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를 다시 잃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이후 나온 중국 측 최고위급의 논평이다.

남북 정상의 노력으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동력이 마련된 만큼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보도는 보다 직설적이다.

신화통신은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비핵화 문제의 극복은 미국의 입장과 조치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도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의심만 하지 말고 (비핵화) 약속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미 간 2차 정상회담 개최가 거론될 정도로 상황이 개선되는 동안 중국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한편,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의 향방은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때문에 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입버릇처럼 제기해 온 '중국 배후론' 또는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中 "일단 무역전쟁 대처부터"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보다 앞선 현안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다.

북한과의 밀월 관계를 지렛대 삼아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던 전략이 어그러진 만큼 일단 무역전쟁 여파를 최소화하고 내부 동요를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승인한 데 이어 267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양측 경제팀의 실무급 협의가 이어질 예정이지만 조기에 상황이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국 수뇌부의 판단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 매체들은 연일 내부 단결을 독려하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단결해 위기를 극복해 온 민족성을 갖고 있다며 "이번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는 등 할 일을 해 나가자"는 게 핵심 메시지다.

보복 관세의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중국 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의식한 듯 내수 비중을 높여 무역전쟁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6.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수출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축소될 수 있다"며 "앞으로 내수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 맞설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은 고민거리다.

일각에서는 핵심 원자재 수출 중단,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 등 비관세 수단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도 지난 18일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동원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해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 참여 시점 모색에 주력

중국이 당분간 북·미 협상에 입김을 행사하기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을 소홀히 대할 가능성은 낮다

종전선언 논의와 뒤이어 진행될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려면 북·중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야 한다.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사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고 언급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논리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미 대화가 진전돼 대북 제재가 일부 완화될 경우 중국은 경제적 지원에 적극 나서 북·중 밀착을 강화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틀 안으로 재진입할 시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4일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9월 중 유엔 총회, 2차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베이징 소식통은 "종전선언 논의가 이뤄질 테이블에 함께 앉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일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남북과 미국만 종전선언을 하는 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북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방북을 강행하기 부담스러운 데다, 북한 측에서 시 주석의 방북을 환영할 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한다면 회담 직후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또 다시 중국을 방문하는 시나리오가 훨씬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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