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감소냐, 공급과잉이냐…깜깜한 원유시장

2018-09-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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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이란 제재발 공급감소 우려에 브렌트유 4년래 최고

'OPEC+'는 수요감소 따른 공급과잉 우려 추가 증산 꺼려

이란의 한 유전 원유생산시설에서 이 나라 국기 뒤로 가스를 태우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공급감소냐, 공급과잉이냐. 상반된 우려가 국제 원유시장을 흔들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감소를, 다른 한편에서는 수요 위축에 따른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당장 시장엔 공급감소 우려가 팽배하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25일(현지시간) 배럴당 81.87달러로 2014년 11월 10일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72.28달러로 지난 7월 초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란산 원유를 표적으로 한 미국의 제재가 오는 11월 4일 발효하면 연말에 원유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품중개업체 트라피규라의 벤 룩콕 원유 트레이딩 부문 공동 책임자는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완전히 이행되면,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초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 이른바 'OPEC+'의 추가 증산이 불발된 것도 원유 공급 감소 우려를 부채질했다. OPEC+는 지난 23일 알제리에 모여 기존 산유량을 유지하기로 했을 뿐 추가 증산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카르스텐 프리츠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OPEC+의 추가 증산 거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이란 제재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치솟자 OPEC에 원유 생산을 늘리라고 압박해왔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 아래 OPEC에 부담을 떠넘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OPEC 독점이 가격(유가)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OPEC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손해를 끼치면서 이득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의 추가 증산이 불발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과잉 공포가 큰 데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증산 능력도 의심을 사고 있다는 설명이다.

OPEC의 한 관리는 이 신문에 알제리 회의에서 대부분의 대표들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는 걸 바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추가 증산에 나서지 않은 건 내년 상반기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 탓이라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이란산 원유 공급 감소분이 수요 감소로 상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추가 증산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를 촉발했다는 설명이다.

OPEC은 내년 상반기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지난 8월 산유량보다 하루 60만 배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같은 기간 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다만 감소분이 하루 10만 배럴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2013년 중반 배럴당 110달러(브렌트유 기준)를 훌쩍 웃돌던 국제유가가 2016년 초 20달러 대까지 추락한 것도 공급과잉 탓이었다. OPEC+는 유가를 반등시키기 위해 2016년 말부터 감산 기조를 유지해오다, 지난 6월 유가 급등세에 맞서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에 합의했다.

사우디의 추가 증산 능력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는 이번 회의에서 필요하면 하루 150만 배럴을 더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OPEC 안팎에선 이를 곧이 듣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WSJ는 전했다.

FT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얼마나 줄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최근 하루 200만 배럴 미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 재개 방침을 밝힌 지난 5월 이후 하루 50만 배럴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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