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범 기자의 부동산 따라잡기]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 문제점 답습하지 않기를…

2018-10-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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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자족 기능 확보하고 정부의 지가 급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절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세제·금융 규제를 망라한 '9·13 부동산 대책'의 후속 방안이었던 데다, 이례적으로 추석 연휴 직전 발표됐기 때문이죠.

이번 방안의 핵심은 단연 20만가구 규모에 달하는 '3기 신도시' 조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 330만㎡ 이상 대규모 택지를 4~5곳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중 1~2곳은 올해 안에 발표한다는 방침입니다.

때문인지 올 3분기 내 들끓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도 최근 어느 정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집값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이 같은 관망 양상을 지속할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는 3기 신도시가 규모로나 인구 측면에서 수도권 일대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만한 규모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기 신도시 조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도시 후보지역으로 거론된 지역 및 인근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극심한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신도시 조성에 따른 난개발, 교통 체증,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신도시 조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다름 아닌 그간 조성돼온 1·2기 신도시가 중장기적 측면에서 서울 집값을 통제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왔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서울의 과밀개발을 억제하고,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서인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죠.

1기 신도시는 초창기에 형성된 만큼 '베드 타운(Bed Town)'으로 전락한 이유로, 2기 신도시는 서울과의 거리가 너무 먼 이유로 인구를 분산하는데 애를 먹었죠. 확실한 것은 3기 신도시가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지어져 입지적으로는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신도시의 성패 여부는 도시가 얼마나 자족기능을 탄탄히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신도시 내에서 주거, 일자리, 문화생활 등을 원스톱으로 누릴 수 있는 기능이 갖춰져야 생명력 있는 도시로 기능할 수 있죠.

물론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인프라, 교통망, 자족기능을 갖춘 가치창출형 주거공간으로 갖추겠다고 밝혔는데, 결국은 실행력이 문제겠지요. 2기 신도시인 판교에 각종 벤처기업, IT기업, 스타트업 등이 들어서면서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신도시 지정으로 지가 및 주택가격 폭등은 정부가 더욱 경계해야 할 사안입니다. 사실상 1·2기 신도시 일대는 지정 이후 어느 정도 시장 안정세를 보였지만 4~5년 후 시세가 폭등했고 이는 다시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시장 안정의 선순환이 아닌 시세 폭등의 악순환이 이뤄진 것이죠.

무엇보다 3기 신도시는 서울과 지척에 있어 서울 생활권을 공유하는 곳들인 만큼, 1·2기 신도시보다도 시세 탄력도가 더욱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는 곳들이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사실 이번 3기 신도시 발표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입니다. 공급에 줄곧 회의적 입장을 보여온 문재인 정부가 이번 방안을 빌어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시각을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례적으로 추석 직전 신도시 조성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쓴 것을 보면 정부가 최근 주택시장의 과열양상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에서 비춰졌던 문제점들을 답습하지 않기를 고대해봅니다. 3기 신도시 조성이 정부 소기의 목적에 걸 맞게 서울 인구를 분산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 균형발전의 초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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