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상태 한국경제…하강 위기감 고조

2018-10-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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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 곳곳 위험신호 감지돼

투자‧고용 위축 따른 내수 ‘흔들’

[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을 지지대 삼아 ‘정체’ 상태다. 다시 개선세로 올라설지, 반대로 내리막길을 걷게 될지는 현재로선 확답하기 이르다. 그러나 경제지표를 뜯어보면 ‘내리막길’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듯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우려 섞인 진단을 내놨다. 8월까지는 미약하게나마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지난달 ‘경기 하락’이라는 표현을 직접 넣어 우리경제가 내리막길에 진입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달에는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인해 내수 흐름은 정체된 모습”이라고 했다. 수출에 의지한 형국이라는 의미다.

안정적인 내수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에만 의지한 구조는 불안요소가 적잖다. 국제유가부터 무역전쟁 같은 대외요인에 따라 언제든 출렁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30달러대까지 급락하면서 수출실적이 고꾸라진 게 대표적이다.

KDI가 내놓은 경제동향 10월호를 보면, 경제지표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서비스업생산 축소-건설업은 부진…전반적인 경기 정체

한국경제는 최근 흐름은 물론, 향후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현재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9.1)보다 하락한 98.9를 기록하면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또한 전월(99.8)보다 낮은 99.4에 머물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생산지표를 보면, 8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을 중심으로 전월(1.3%)보다 증가폭이 소폭 확대된 1.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지표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지표의 증가폭 확대는 일시적 요인일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영향으로 광공업생산은 확대됐지만, 서비스업생산의 증가폭이 축소됐다. 건설업생산의 부진도 지속돼 전반적인 경기는 정체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게 KDI의 판단이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13.6%)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자동차(9.6%)가 기저효과로 증가로 전환되면서 증가폭이 1%에서 2.5%로 확대됐다.

그러나 서비스업생산은 숙박‧음식점업(-1.4%), 부동산업(-5.3%) 등에서 부진이 이어져 전월(2.1%)보다 낮은 1.6% 증가에 머물렀다. 건설업생산은 전월에 이어 6.2% 감소하며 부진이 지속됐다.

제조업 출하는 내수‧수출 출하가 모두 늘었다. 내수출하는 전달 2.3% 감소했는데 0.1%로 간신히 플러스로 전환됐다. 수출출하는 1.5%에서 1.8%로 증가폭을 키웠다.

출하 증가폭이 커지면서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107.9%)보다 소폭 하락한 107.4%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은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증가세가 유지됐다. 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소비 흐름은 완만하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8월 소매판매액은 전월(5.7%)과 유사한 6%다. 내구재는 승용차와 통신기기를 중심으로 9.5% 증가하며 전월(6.6%)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준내구재는 증가폭이 소폭 축소된 6.2%, 비내구재는 4.2% 증가해 전월(4.4%)과 유사한 흐름이다.

서비스업생산은 1.6%로 전월(2.1%)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KDI는 “서비스소비의 개선 흐름은 다소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민간소비와 관련이 높은 도소매업은 전달과 유사한 수준(2.2%→2.1%)이다. 그러나 숙박‧음식점업은 1.4% 감소해 전월(-0.8%)보다 감소폭을 키웠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9.2)에 비해 상승한 101.7로 기준치(100)를 소폭 상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반영, 향후 소비에 대한 흐름을 볼 수 있다. 9월엔 기준치를 넘겼지만, 올해 상반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연합뉴스]


◆투자 감소 지속…향후 지속 시사

투자는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에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적다는 데 있다.

우선 설비투자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운송장비가 증가했지만, 비중이 큰 기계류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8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8.3%)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계류(-18.1%)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11.2% 감소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설비투자지수(전년동월대비)를 보면 6월(-14.7%), 7월 (-10.1%) 8월 (-11.2%)로 두자릿수 감소폭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기계류(-19.5% → -16.6% → -18.1%)와 운송장비(-0.3% → 8.3% → 8.3%)의 흐름은 크게 엇갈렸다.

△8월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 △9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 △9월 기계류 수입액은 모두 감소했다.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은 6월 35.9% 감소했다가 7월 19.4%로 급등했지만, 8월 다시 20.9% 급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향후 반도체 경기와 관련 있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은 7월부터 ‘-42.8% → -39.8% → -35.5%’로 큰 하락폭을 이어갔다. 기계류 수입액도 같은 기간 ‘-8.9% → -12.6% → -7.5%’로 마이너스가 지속됐다.

설비투자 관련 지표가 모두 감소하면서 기계류를 중심으로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건설투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건설기성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수주도 큰 폭으로 축소돼 건설투자의 감소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8월 건설기성(불변)은 전월과 동일한 –6.2%를 기록해 감소세를 지속했다. 건축부문은 전월(-5.9%)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7.8%다. 토목부문도 0.3% 감소했다. 계절조정 전월대비(-1.3%)로도 건축부문(-1.7%)과 토목부문(-0.1%)이 모두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도 건축부문과 토목부문 모두 하락하면서 32.1%나 감소했다. 건축수주는 주택(-37.4%), 공장 및 창고(-48.3%) 등을 중심으로 38% 감소했고 토목수주는 전반적인 수요가 축소되면서 13.1% 감소했다.

주택착공보다 주택준공이 늘고 있어 당분간 주거건축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1~8월 누적 주택준공은 수도권(20.1만호)과 지방(20.1만호) 모두 확대되면서 40.1만호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착공은 이를 하회하는 29.9만호에 불과했다.

◆‘고용 줄고 실업 늘고’ 일자리 충격 지속…임금은 5%대 상승

고용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KDI는 “취업자 증가폭이 미미한 가운데,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등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8월 취업자는 전월(5000명)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된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산업별로는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12.7만명→-10.5만명) 취업자 감소폭이 축소됐다. 서비스업(2.9만명→-3.2만명)은 소매‧음식주점업 등의 고용 부진으로 감소로 전환됐다. 건설업(3.7만명→5.3만명)에서 증가폭이 확대됐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직(27.2만명→27.8만명)의 증가폭은 유사하다. 그러나 임시‧일용직(-23.2만명→-23.9만명)과 자영업자(-3만명→-5.3만명)는 감소폭이 확대됐다.

계절조정 기준으로 고용률(60.5%→60.4%)은 전월대비 0.1%포인트 하락했고, 실업률(3.8%→4.2%)은 전월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7%로 전월(9.6%)에 이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7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서 상용근로자 전체 임금은 전년동월대비 5.6% 상승하고, 임시‧일용 근로자 전체 임금은 5.2% 올랐다.

◆경제 외끌이 수출

침울한 내수 성적과 달리 수출은 나홀로 호황이다.

9월 수출은 명절연휴 이동 요인으로 전월(8.7%)의 증가에서 감소(-8.2%)로 전환됐다. 그러나 명절연휴 이동의 영향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흐름은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조업일수의 영향이 배제된 일평균 수출액이 전월(8.7%)과 유사한 수준인 8.5%라는 점에서 양호하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것이다.

품목별로 조업일수의 영향으로 반도체(28.3%)와 석유제품(13.5%)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했다. 선박(-55.5%)과 무선통신기기(-33.1%)는 부진을 이어갔다.

수입은 자본재의 감소폭 확대로 전월(9.4%)의 증가에서 –2.1%의 감소로 전환됐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4억2000만 달러보다 감소한 97억4000만 달러 흑자다.

[연합뉴스]


◆물가‧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

최근 경기 여건과 달리 물가와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9월 소비자물가는 일시적인 농산물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하 종료 등의 영향을 받아 전월(1.4%)보다 높은 1.9% 상승했다.

상품물가는 2.6% 상승했다. 농축수산물가격은 폭염 등 기후 요인으로 인해 농산물가격 상승(7%→12%)이 이어지며 전월(3.5%)보다 높은 7.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업제품가격은 석유류가격 상승폭 축소 등으로 전월(2%)보다 소폭 낮은 1.9% 상승했고, 전기‧수도‧가스는 전기료 인하가 종료되며 –8.9%에서 –1.8%로 하락폭을 축소했다.

서비스물가는 공공서비스‧개인서비스 모두 전월과 유사하게 유지돼 1.4%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2%,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 올라 낮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1% 감소에서 0.3% 증가로 전환됐다. 전세가격은 전월대비 0.31% 감소에서 0.13% 감소로 폭을 좁혔다.

금융시장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다.

9월 국고채 금리(3년)는 전월에 비해(1.92%) 소폭 상승한 2.01%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는 영향을 받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다.

종합주가지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며 전월말(2,322.9) 대비 2.2% 상승한 2,343.1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월말(1,112.9원)보다 3.6원(-0.3%) 하락한 1,109.3원으로 안정된 흐름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3%대 중후반…단기 하방위험은 확대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기호조로 3%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KDI는 “경기회복 속도는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일 전망이며, 단기적 하방위험은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경기개선 속도는 점차 완만해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OECD는 최근 2018~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에 비해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낮아진 3.7%로 수정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 △무역분쟁 장기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등 하방위험이 상반기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이외의 주요 선진국에서 경기회복세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들이 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신흥국 경제는 소비‧수출이 대체로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소비와 기업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고용도 양호하다.

주요 실물지표가 개선되고, 경제 전반에 긍정적 시각이 유지돼 정책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다.

유로존경제는 전반적인 경기회복의 속도는 완만해지고 있다. 일본경제는 소비가 다소 회복되고 수출도 양호한 증가세지만, 생산 측면의 경기 개선 추세는 미약해지고 있다. 중국경제는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해 비교적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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