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고개 숙인 문 대통령, 상처 치유 약속

2018-10-1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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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회장, 울먹이며 "이제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착잡한 표정 문대통령, 유감 표하고 사면복권 적극 검토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강정마을 주민과의 간담회'에 입장하며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해군기지 문제로 오랜 기간 갈등에 휩싸였던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직접 만나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뒤 진행된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실상의 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은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아픔이 많을 줄 안다"고 주민들을 위로하고서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 야단 많이 맞을 각오를 하고 왔는데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며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을 뵈니 정말 감회가 깊고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에는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한다"며 주민 사면복권 등 적극적인 후속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왜 관함식으로 상처를 또 헤집느냐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강정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크루즈 활성화를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 등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하와이도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가 있었지만, 평화의 섬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고, 판문점도 남북이 최일선에서 부딪히는 장소였지만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번영을 누리고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 역시 평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4·3 항쟁을 거론하며 "제주도민은 아픈 역사를 평화의 상징으로 승화시켜냈다"고 평가, 한반도 해빙 무드에서 제주가 다시 한번 '평화의 섬'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 찬반으로 나뉘어 비롯된 아픔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고 절절하게 호소했다.

강희봉 회장은 "지난 10여년 간 공동체 파괴의 갈등과 고통을, 오늘 대통령님의 강정마을 방문을 계기로 모두 잊고 이제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그간 해군기지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주민들이 갈등을 이어온 이야기를 전하면서 특히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가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된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 회장은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400년 마을 역사 속에 키워 온 화합과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다시 꽃피우려면 사면복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야기를 들은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 회장은 "이렇게 많은 귀한 손님들이 저희 마을을 찾아주신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큰 영광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 34분에 시작된 간담회는 애초 한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과 주민들 사이에 대화가 적잖이 오가면서 이보다 길어진 1시간 19분 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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