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대책 한달] "집값 1억 하락해도 2~3억 떨어지면 전화 달라"

2018-10-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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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1억 낮게 팔려…"그 가격도 비싸다고 한다"

'똘똘한 한채' 갈아타기 흐름 차단…"집 안 팔리니 이동 힘들어"

다주택자들 버티지만…"집값 대세상승 기대 꺾여"

용산ㆍ여의도는 통개발 문의 사라져

이번 주말 방문한 강남 부동산 시장은 쌀쌀한 가을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사진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윤주혜 기자 ]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반적으로 5000만~1억원이 떨어졌다. 대기 매수자들에게 1억이 떨어졌다고 전화하면 2~3억 떨어지면 전화 달라고 한다." (대치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하늘 모르고 무섭게 치솟던 서울 집값이 9·13 대책 이후 잠잠하다. 전례 없는 수요 억제 규제에 매수자들은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반면, 집 주인들은 지난해 8.2대책의 약발이 한 달이 채 못 갔던 경험을 되새기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간간이 수천만원 하락한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은 "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9·13 대책 발표 한 달을 맞아, 지난 주말 서울 부동산 시장은 쌀쌀한 가을 날씨만큼이나 냉기가 감돌았다. 어떤 대책도 집값 상승세를 잡을 수 없다며 '부동산 시장 불패'를 단언했던 한 달 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자료=부동산114 제공]



◆ 강남 ‘대세 상승’ 꺾였나..."3억 하락하면 산다고들 해"

강남 시장은 가을 서리가 내린 듯 꽁꽁 얼어붙었다. 서초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근근이 있던 거래마저도 뚝 끊겼다"며 "대출을 아예 묶어버리니 매수자들이 사라졌다. 현금 있는 사람들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9·13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강남권 아파트값의 상승폭은 감소했다. 대책 발표 전 한 달간 3.19% 올랐던 송파구는 대책 발표 후 0.77%로 오름폭이 줄었고 강남구는 2.24%에서 0.90%, 서초구는 2.23%에서 0.95%로 각각 상승폭이 감소했다.

강남권에서는 5000만~1억원가량 떨어진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치동 은마아파트 76㎡는 17억5000만원에 팔렸다. 최고가 대비 1억원 떨어진 가격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17억5000만원도 비싸게 팔린 거다"라고 입을 모은다. 대치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17억5000만원에 물건이 여러 개 나왔는데 안 팔리고 있다"며 "1층짜리는 17억에 나왔는데도 매수자들이 관심조차 없다"고 귀띔했다.

개포동도 마찬가지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개포주공 5단지 74㎡도 1억원 하락한 17억5000만원에 나와, 대기 매수자들에게 전화하면 2~3개월간 급격하게 오른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 사겠다고 한다"며 “현금을 들고 올라오던 지방 수요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이 아파트는 지방 사람 다수가 현금으로 사, 외국인들에게 세를 줬다”며 “9·13대책 후에는 이러한 문의도 줄었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춰 집을 내놓아도 안 팔리니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흐름도 끊겼다. 신반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반포로 이사 오려는 사람들이 지금 사는 집을 싸게 팔고 싸게 들어가겠다고 하나 본인 집이 안 팔리니 갈아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남권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들은 국회에 올라간 종부세 개편안과 장기보유특별공제 강화 조건이 향후 부동산 시장을 가를 최대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은 종부세 개편에 대한 공포감이 상당하다"며 "장특(장기보유특별공제) 강화로 인해 집을 팔아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이번 주말 방문한 강북 부동산 시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움츠러 들어 있었다. 사진은 여의도 미성아파트. [사진=윤지은 기자 ]



◆ 강북도 직격탄 “상승 기대 심리 사라져”

공덕, 여의도는 물론이고, 노원 등 강북 지역 다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들은 “9·13 대책 전 거래가 마지막이다”고 입을 모았다. 대책 전 달아 올랐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공덕 브라운스톤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는 물론이고 살고 있는 집을 팔고, 팔아 ‘똘똘한 한 채’만 남기는 것도 복잡하니 일단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어쨌든 급한 사람은 집을 팔아야 하니, 간간이 나오는 급매물이 팔리는 식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스터플랜 발표 뒤, 뜨거웠던 용산과 여의도도 열기가 한층 가라앉은 모양새다. 여의도 미성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용산 여의도 통개발 문의가 사라졌다”며 “이쪽은 9·13대책보다는 통개발 무산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용산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용산은 사실 실수요자는 거의 없고 투자를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이 다수다”며 “통개발이 보류되니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 보기가 매우 치열하다”고 언급했다.

갭투자의 성지로 통했던 노원구도 거래가 주춤하긴 마찬가지다. 노원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올해 이뤄진 거래는 갭투자가 다수로, 전세 낀 집이 더 잘 나갔었다”며 “실수요자들이 문의했다가 가격을 듣고 매수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풍선효과로 지목된 경기도도 서울 수요가 일부 건너오긴 했으나 투자 목적 문의는 발길이 끊겼다. 고양시 덕양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겼다"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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