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D-30 대만 지방선거… 차이잉원 정권 앞날은

2018-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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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민심 "주요 도시 22개 중 8개 이기면 다행"

"노사갈등만 부추겨" 사회 분열만 초래한 각종 개혁안

"잃어버린 수교국 5개" 양안관계 악화 속 외교적 고립

2020년 대권 후보로 떠오른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바이두]


‘대만의 중간선거’로 불리는 11월 24일 지방선거가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2016년 5월 집권한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민진당 정권에 대한 대만의 민심을 알아보는 한편, 2020년 차기 대만 대선에서 차이 총통의 연임 여부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차이 총통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대만의 정치지형 변화는 양안(兩岸·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국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락하는 민심 "주요 도시 22개 중 8개 이기면 다행" 
우선 차이잉원 정권에 대한 민심은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민진당 지지성향의 싱크탱크인 '대만민의기금회'가 앞서 9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 정권의 국정 수행에 불만을 표시한 응답자는 54.5%에 달했다. 이는 차이 총통 집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앞서 21일 수도 타이베이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차이 정권 국정 수행 불만도는 66%에 달했다.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29%에 불과했다. 또 민진당 지지도는 2월 여론조사 때보다 8.3% 포인트(P) 낮아진 16.9%에 그친 반면, 국민당 지지도는 29.6%로 2월 여론조사 때보다 3.7%P 높아졌다.
 

대만 타미베이 시민 정당 지지도 변화. [그래픽=김효곤 기자]


민진당 출신의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진당이 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며 “22개 현(縣)·시(市) 중에서 잘해야 8개, 최악의 경우 5개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민진당은 주요 22개 현·시 중 13개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진당 '텃밭'이었던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시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넉 달 전까지만 해도 민진당 후보에 38%P 뒤져 있던 한궈위(韓國瑜) 국민당 후보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면서다.

민진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향후 2020년 치러질 대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 실제로 앞서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경우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에 대패한 이후 2016년 대선에서 민진당에 정권을 넘겨줘야만 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지금의 민진당 상황이 4년 전 국민당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노사갈등만 부추겨" 사회 분열만 초래한 개혁안

첫 대만 여성총통, 8년 만의 정권 교체 등 타이틀을 얻으며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차이 총통은 취임 직후만 해도 지지율은 과반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2년 반 만에 민심을 잃은 건 차이 정권이 추진한 각종 개혁안이 사회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다.

차이 정권은 그동안 국민당 재산 청산, 노동법 개정, 연금개혁안, 탈원전, 화력발전소 폐쇄, 동성혼 허용 등을 강경하게 밀어붙이며 심각한 사회 갈등을 초래했다.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책을 내놓고 제대로 뒤처리를 하지 못해 오히려 사회 분열만 심화시킨 셈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문제로 대만의 노사 간 대립은 나날이 격화됐다.

민진당은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역풍을 맞았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해 천수이볜 전 총통은 “대다수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변화는 개혁이라고 일컬을 수 없다”며 “민진당이 반 개혁 세력을 탓하는 것은 오늘날 사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잃어버린 수교국 5개" 양안관계 악화 속 외교적 고립 

여기에 더해 친(親)중국 행보를 보였던 국민당 소속 마잉주 전 총통과 달리 차이 정권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대만 독립 외교 노선을 걸으면서 지난 1년간 양안 관계는 수렁에 빠졌다. 중국의 외교적 압박에 국제무대에서 대만 외교는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갔다.

올해에만 부르키나파소와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가 대만에 등을 돌리고 중국과 손잡는 등 차이 정권 출범 3년차에 벌써 5개 수교국이 대만에 등을 돌리고 중국과 손잡았다. 이로 인해 대만의 수교국은 17개로 줄어든 상태다.

최근엔 친중국 세력뿐만 아니라 민진당 출신의 두 전직 총통인 리덩후이(李登輝)와 천수이볜 등 급진적 성향의 대만 독립 세력도 차이 정권에 등을 돌렸다. 차이 정권의 ‘중국과 현상을 유지한다’는 ‘신중한 ’입장에 불만을 가지면서다. '현상 유지'란 양안 관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 21일엔 차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만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시위도 벌어졌다. 여기에 참석한 시위대 인원만 13만명에 달했다. 결국 차이 정권은 친중 성향, 독립 성향 양쪽으로부터 모두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셈이다. 

◆2020년 대권 후보로 떠오른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 

대만 지방선거는 2020년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타이베이 시장 연임이 확실시 되는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은 2020년 대만 대권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외과의사 출신인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16년간 국민당 텃밭이었던 타이베이 시장직을 탈환하며 '커원저 돌풍'을 일으켰다. 무소속이지만 민진당 성향에 가까운 커원저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민진당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친중, 반중에 얽매이기보다는 양안관계에 있어서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해 여야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양안은 한 가족"이라고도 언급, 민진당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중국 중앙정부에서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정치인이다. 앞서 중국 국영 CCTV는 지난 8월 대만 지방선거를 보도하면서 커원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대만 언론 ET투데이가 앞서 실시한 2020년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커원저는 39.2% 지지율로 국민당 주리룬(22.8%), 민진당 차이잉원(3.9%)을 크게 앞질렀다. 

한편 대만 지방선거는 특별시·현(급)시 시장 및 시의원을 비롯해 아홉 가지 공직자를 한번에 선출해 '구합일(九合一)' 선거로 불린다. 약 1800만명의 유권자가 총 1만1130명에 달하는 공직자를 선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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