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갈등 경제분야로 확전] 韓 조선, 8년 만에 연간 수주량 세계 1위 유력해지자 딴지 거는 日

2018-11-07 15:29
  • 글자크기 설정

일본, 한국 조선산업 지원 관련 WTO 양자협의 요청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경제 분야 '몽니' 지적도

[사진=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한국 조선업이 올해 누적 수주량 10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넘어서며 8년 만에 연간 수주실적 세계 1위 달성이 유력해지는 등 회복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일본이 딴지를 걸고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일본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경쟁에서 한국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자, 한국 조선업체에 대한 견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강제징용된 피해자를 상대로 일본 기업에 배상책임을 지운 판결 직후 벌어진 일로, 외교갈등이 경제 분야로 확산되는 모양새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94) 등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재상고심에서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배상 판결로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극심해지자 일본은 이에 대한 '몽니'로 경제 분야, 특히 조선업을 겨냥했다.

◆모처럼 만에 활짝 웃은 한국 조선··· 일본 딴지, 악재로 다가오나

한국 조선업은 최근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1∼10월 누적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305만CGT 중 한국 조선사들이 1026만CGT(45%)를 수주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5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수주량 1000만CGT를 9월에 이미 넘어서는 등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까지 총 710만CGT(31%)를 수주하는 데 그친 중국을 제치고 올해 세계 1위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국은 2012년부터 작년까지 6년 연속 연간 수주량 순위에서 중국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조선업황의 회복세는 눈에 띈다. 최근 3년간 1∼10월 누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6년 1099만CGT, 2017년 2049만CGT(전년 대비 86%↑), 2018년 2305만CGT(전년 대비 12%↑)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10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73만CGT 가운데 중국이 32만CGT(44%)로 가장 많은 일감을 따냈고 한국(22만CGT·31%), 이탈리아(12만CGT·16%)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딴지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 조선업에 악재로 다가올 우려도 적지 않다.

회복세를 타고 있다지만 그간 수주 절벽과 구조조정에 암울한 시기를 보냈던 한국 조선업이 아직 튼튼한 체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의 WTO 제소 방침은 선박 수주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공적자금 투입을 걸고넘어지면 LNG선 등 선박 수주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6월 결정 내린 WTO 제소,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일본이 왜 하필 지금 시점에 WTO 제소를 결정했는지도 의문이다.

WTO 제소의 첫 단추 격인 양자협의는 WTO가 분쟁에 개입하기 전 당사국들로 하여금 문제 해결을 협의하라는 절차로 최대 60일간 진행된다.

일본이 WTO 제소를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2015년 우리 정부가 약 11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해 국제적 저가경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5월 이미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작업반(Working Party6)' 회의를 앞두고, 사전에 회원국 간 입장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조선산업 발전전략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우리 정부가 내놓은 조선업 수주 가이드라인 완화 정책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면서,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시장을 왜곡시키는 행위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조선사가 생산원가 이하로 입찰가를 적어내는 이른바 '저가 수주'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새로운 수주 가이드라인을 작년 말부터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중국·싱가포르 등 경쟁업체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저가 수주여도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정책으로 인해 한국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가 가능해지고 세계 조선시장이 왜곡돼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조선업계를 대변하는 일본조선공업협회도 지난 2월 협회장 명의로 한국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같은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원칙에 따른 정책 결정'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서를 일본조선공업협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일본은 조선업계의 제소 요구에도 한·일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제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올해 6월 제소 결정을 내렸지만 굼뜬 움직임을 보였다.

문제는 양자협의 요청 시점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직후라는 점이다. 외교 갈등이 경제분야로 번진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한국의 후쿠시마(福島) 인근 8개현 농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와 철강에 대한 한국의 반덤핑 관세부과 등 3건과 관련해 WTO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 분쟁과 관련해서도 자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도록 총력전을 펼치는 한편,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연관짓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에서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