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머니Law] 중국으로 ’먹튀’한 기장님?…훈련비 누가 내야하나

2018-11-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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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조종사 훈련 비용 2억원…회사 대납 조건으로 장기근로 약속

근로계약기간 남았는데 다른 항공사 이직 땐 훈련비 물어줘야 하나

법원 “더 높은 조건의 연봉·직함 기대 이직…훈련비 회사에 상환해야”

[아주경제 DB]


중국의 항공수요 폭증으로 한국 조종사들의 중국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직을 고민하는 항공기 조종사들이 참고할만한 판결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항공기 조종사들이 항공사에 입사하기 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비행교육 훈련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보통 약정기간 근무를 조건으로 항공사가 대납해주는데 약정기간 근무를 채우지 못하고 이직한 경우, 훈련비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 A씨는 2006년 입사해 2015년 회사를 퇴직했다. 비행 경험이 없는 조종훈련생 신분이었던 A씨는 입사 전 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이뤄지는 비행교육 훈련비 1억7500만원을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회사 측은 훈련비 전액을 대납해주는 대신 10년간 근속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A씨는 7년 뒤 더 높은 조건의 연봉을 제시한 다른 항공사로 이직했다. 회사 측은 상환의무가 면제되기 전에 퇴직했기 때문에 근무기간을 제외한 훈련비를 상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훈련과정은 항공사에서 장기근로를 강제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끼워 넣은 조건이라면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맞섰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서울고법 민사10부(윤성근 부장판사)는 대한항공 전 조종사 4명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및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대한항공이 조종훈련생에게 부담하도록 한 고등과정 훈련비 1억7500만원 중 1억6700만원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등과정 훈련비 상환규정은 큰 비용이 드는 비행훈련을 위해 회사 측과 조종사 상호이익을 위해 마련된 합리적인 계약”이라면서 “회사 측이 훈련비를 대납하고 근무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면제해주는 것은 조종훈련생들에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훈련생은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기 전 신분이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종사들은 중국 항공사로 전직하면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단기간 내에 비행시간 등의 자격을 갖춰 기장으로 승격할 수 있다”면서 “원고가 저가항공사를 거쳐 중국 항공사 등에서 높은 연봉과 대우를 기대하며, 스스로 훈련비 상환채무를 감내하면서까지 퇴직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상환의무를 무효로 해 원고들을 보호해야 할 정도로 퇴직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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