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26. 이름 없는 연어들

2018-12-0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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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연어'

안도현 '연어' 표지 그림[표지=문학동네]


# "왜 우리는 거슬러 오르는 거지요?",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연어(안도현∙문학동네), 55쪽>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냅니다. 알에서 깨자마자 고향을 떠나 먼바다로 떠납니다. 하지만 연어들이 마지막을 맞는 곳은 강입니다. 모천으로 되돌아와서 새로운 생명을 낳고 생을 마감합니다. 이를 '모천회귀(母川回歸)'라고 합니다.
연어들은 그 목표를 향해 어려운 길을 헤쳐나갑니다. 거센 물살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고, 높은 폭포를 뛰어넘습니다. 곰이나 독수리 같은 포식자와 낚시꾼들이 곳곳에서 연어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과 그 끝에서 맞이할 운명을 알면서도 강을 거슬러 오릅니다.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 마음이 가는 것은 끝내 도착하지 못한 연어들입니다.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된 연어, 낚시꾼에게 붙잡힌 연어, 높은 폭포를 뛰어넘지 못한 연어, 거친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중간에 힘을 다한 연어 등입니다. 이런 연어들 앞에는 '낙오자'라는 말이 붙습니다. 그리고 쉽게 잊혀집니다.

하지만 낙오한 연어들이 없었다면 과연 연어 무리가 끝까지 도착할 수 있었을까요. 이름 없는 연어들이 희생했기 때문에 연어 무리가 무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곰과 독수리의 먹이가 됐기 때문에 다른 연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폭포를 오를 때 누군가 밑에서 받쳐줬기 때문에 다른 연어들이 쉽게 뛰어오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앞에서 거센 물살을 받아줬기 때문에 다른 연어들이 뒤에서 힘을 아끼며 끝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성공, 한 조직의 성공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닙니다. 이름 없는 이들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성공한 소수가 아닌 꿈과 희망을 찾아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도전을 하는, 모두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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