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면 폐쇄된 '삼성동 대종빌딩'... 짐 빼러 온 입주민들 '웅성'(종합)

2018-12-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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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개 업체 위한 임시 사무실 준비 중

정밀안전진단 시행에 최소 2개월 소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35번지 일대에 위치한 삼성동 대종빌딩 전경. [사진 = 윤지은 기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35번지 일대에 위치한 대종빌딩이 입주자 퇴거조치 후 전 출입구가 폐쇄됐다. [사진 = 윤지은 기자]
 

13일 찾은 삼성동 대종빌딩은 이날 0시부터 세 개 출입문이 모두 폐쇄됐다. 후면 비상용 승강기만 순찰이나 비상시 이용을 위해 가동되고 있을 뿐 전면 승강기 두 대도 모두 운영이 중단됐다. 급하게 퇴거조치된 입주민들은 두고 나온 짐을 가지러 아침부터 분주하게 건물을 오갔다.

대종빌딩은 지난 8일 건물 리모델링 중 기둥에 크랙이 발견되며 '붕괴 위험'이 불거졌다. 일찍 위험신호를 감지한 입주민 덕분에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갑자기 터전을 잃은 입주민들과 빌딩 직원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짐을 빼기 위해 건물을 찾은 청소노동자 A씨는 "아직 사표수리는 안 됐지만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앞이 캄캄한데, 건물주는 금전적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노동청에 문의를 해뒀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측은 건물 인근의 빈 사무실들을 79개 입주 업체들에 임시로 제공하고 있다. 인근에 사무실이 부족한 경우 동사무소, 보건소, 청년창업지원센터 등의 빈 공간을 임시로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브리핑을 위해 임시 개방된 대종빌딩에서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박중섭 강남구청 건축과장. [사진 = 윤지은 기자]


◆인재 가능성에 초점··· 관할 자치구 손놓고 있었나

지하 7층, 지상 15층에 연면적 1만4799㎡ 규모의 대종빌딩은 1991년 10월 25일 사용승인이 이뤄졌다. 올해로 준공된 지 27년된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재건축 가능 연한이 30년이지만, 이 건물은 정해진 기간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붕괴 위험'을 부실시공 탓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 11일 현장점검에 나섰던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 등은 1991년 건축 당시에 내력 자체가 80% 수준의 성능으로 지어졌다고 전했다. 이런 상태에서 철근 결합이나 시멘트 피복 등이 전반적으로 모자랐고, 시간이 흐르면서 50% 이하로 내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기둥 균열이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된 것이라고 봤다.

강남구는 관련 전문가들과 논의한 뒤 전적으로 시공사에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구에 따르면, 도면을 살펴보면 2층 부분 기둥 2개가 정사각으로 가로·세로 각 90㎝인데 반해 공사는 90㎝ 지름의 원형으로 마감됐다. 이로 인해 내력이 20% 정도 기본적으로 부족한 데다, 내부 철근은 균일하게 배정되지 않았고 외부 피복이 지나치게 두껍다.
 
강남구는 즉각 사용제한과 함께 정밀안전진단 차원에서 긴급안전 보강조치를 실시키로 했다.
 반면 과거에 시공을 맡았던 남광토건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건물에 대한 사용승인이 났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하자보수 기간이 10년인 만큼 정해진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다. 다만 시공이 설계와 다르다는 사항은 확인 중이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1990년대 공사에 참여했던 직원 30여명이 모두 퇴직한 터라 이들부터 찾아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게 급선무"라면서 "주도적으로 조치하고 있는 구청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광토건이 1998년 워크아웃 대상업체 지정, 2012년 8월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며 2000년 이전 업무자료 상당수가 남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허술한 안전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건물은 15층 이하인 탓에 법적으로 안전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건물주들로 구성된 관리단이 점검하는 게 고작이다. 또 2년에 한 번씩 전문가 의뢰로 유지관리보고서를 제출할 뿐이다. 올해 2월과 3월에 건물주와 강남구가 육안으로 따져보고 B등급을 내렸다.

하지만 강남구 측이 일부의 기둥에서 균열을 발견한 건 지난달 말이다. 건물 2층 입주자가 내부 인테리어 중 문제점을 구청에 알렸지만, 구청은 민간건물인 탓에 자체적으로 점검하란 무책임한 회신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8일 관리사무소 의뢰를 받은 전문업체가 기둥의 내부 확인 차원에서 피복을 제거했고, 굉음과 함께 균열이 상부층으로 더 커졌다.

◆안전진단 등 향후 일정이나 주체도 미정 '불안 확산'

입주민들은 전원 퇴거조치됐지만 건물 상태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은 아직 착수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강남구가 정밀안전진단을 받기 위해선 건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대종빌딩은 건물주만 113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박중섭 강남구 건축과장은 "현실적으로 건물주 113명의 동의를 모두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구에선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면 그들의 동의를 받아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밀안전진단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원칙상 비용은 건물주들이 지불해야 하지만 건물주들은 진단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구에서 안전기금을 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측은 행정적 지원 외 금전적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는 이날부터 오는 16일,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층별로 20개씩 지지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하기에 앞서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선조치한다는 것이다. 건물주, 안전진단 전문가, 구청 간 협의 후 바로 지지대 설치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정밀안전진단의 완전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최소 2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건물을 철거할지, 보강해서 다시 사용할지는 진단 결과에 달렸다는 게 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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