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조어] 新 카페 진상 손님 '노오더족'

2019-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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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씨. 요즘 매장에서 음료를 시키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민폐 손님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이들은 빈 텀블러를 가져와 뜨거운 물이나 얼음을 달라고 요구한다. 카페 매상엔 아무런 보탬에 되지 않는, 손님 같지 않은 손님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8월 1일 환경부가 내놓은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한 조치 때문이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카페 업종 종사들에게는 여간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니다. 만약 손님이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다가 적발이라도 되면 매장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카페에 불리한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해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텀블러를 가져와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들을 '노오더족(No order+族)'이라 부른다.

‘노오더족’이 등장하기 전 이미 카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가방이나 옷으로 자리를 맡은 다음 점심식사를 하거나 개인적인 볼일을 본 후 다시 돌아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카페를 이용하려는 또 다른 손님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린다. 그런데 이제는 빈 텀블러까지 장착해 더 업그레이드된 진상 손님이 등장한 것이다.

그나마 음료를 주문하고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은 양반이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집에서 티백이나 우유, 코코아 가루 등을 가져와 매장에 비치해 놓은 시럽, 설탕 등을 태연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노오더족 때문에 정작 카페를 이용하고자 하는 손님과 카페업종 종사자는 피해를 입는다. 손님들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와 재료가 낭비되고 공간도 빼앗기고 있다. ‘환경 살리기’에 동참하고자 텀블러를 사용하는 손님들 또한 '너도 노오더족이냐'는 오해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문제는 노오더족을 처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면 업무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어쩌다 언성을 높이는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겐 안 좋게 각인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넘기기 일쑤다.

빈 텀블러를 들고 카페로 향하는 돈 없는 청춘들의 경우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이고 '절약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을 뺀 나머지 사람들에게 당신은 그저 '진상 손님', '신종 거지'로 불쾌하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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