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14] 공수처 설치 나라가 56개나 되는 까닭은?

2019-10-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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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미설치는 유엔부패방지 협약 위반

유엔부패방지협약 6대 핵심 조항

공수처도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고위층의 부패는 가장 큰 죄악이다. -토마스 아퀴나스
∙ 부패의 존재를 앞에 두고 침묵하는 사람들은 부패의 공범죄와 같다. -L.S. 라스키
∙ 부패를 폭로하고 부패에 대항하는 행동은 모든 부탄 국민의 책무다. - 지그메 왕축 부탄 국왕
∙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 제도가 먼저다 – 강효백

◆공수처 미설치는 유엔부패방지 협약 위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초들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다. 언제 어디서나 망국의 공통분모는 고위층의 부정부패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고위층의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장치와 그 작동상태에 따라 달려 있다.

21세기 지구촌 시대 세계 각국은 권력형 부패의 방지와 척결을 국가의 생존문제로 인식하고 자국의 헌정 상황과 글로벌스탠다드에 적합한 부패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3년 10월 31일 유엔총회는 유엔부패방지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을 채택했다. 이 국제협약은 세계인권선언처럼 선언적 의미만 있는 게 아닌 법적 구속력있는 국제협약이다. 반부패 관련 최고 지위와 권능을 지닌 세계헌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9년 10월 말 현재 유엔부패방지협약에 가입한 유엔 회원국은 181개국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12월 10일 서명해 2008년 3월 27일 비준했다.

유엔부패방지협약처럼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협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는 이를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 협약 미가입국 12개국(서명은 하였으나 비준은 하지 않은 국가는 시리아와 바베이도스 2개국, 서명도 비준도 하지 않은 나라 북한, 소말리아, 수리남, 통가, 안도라, 모나코, 세인트킷츠네비스, 세인트빈센트 그라나다. 산마리노 10개국)외 모든 유엔회원국은 유엔부패방지협약을 국내법으로 수용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별도의 제도개선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진다.

유엔부패방지협약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해치고, 인권을 유린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부패를 척결함으로써 세계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다(제1조).

각국 정부는 이를 위해 1개 이상의 반부패기구 설치를 의무화하고(제6조), 사법부 구성원의 청렴성을 강화하고 부패방지를 제도화하는(제11조)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세부 내용은 광범위한 부패 행위에 대한 각국 정부의 범죄 규정, 공무원의 직권남용(제19조)과 부정축재(제20조)의 처벌 법제 정비와 공무원 범죄의 효과적인 수사·소추·재판의 적절한 균형유지 법제화(제30조), 정치 지도자가 수탈한 국가 자산의 차기 정부 환수 규정 명문화(제31조) 등이다.

◆유엔부패방지협약 6대 핵심 조항

제6조(부패방지기구)
1. 각 당사국은 자국 법체계의 기본 원칙에 따라 부패를 방지하는 기구가 하나 이상 존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2. 각 당사국은 자국 법체계의 기본 원칙에 따라 부패방지기관이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효과적으로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제11조(사법부와 소추기관에 관한 조치)
1. 각 당사국은 사법부의 독립과 부패 척결에 사법부의 중대한 역할을 명심하면서 자국 법체계의 기본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지 아니하고 사법부 구성원의 청렴성을 강화하고 부패 기회 방지조치를 해야 한다.

제19조(직권남용)
각 당사국은 공무원이 직무수행시 공무원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이나 단체가 부정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고의로 직권 또는 직위의 남용, 위법행위를 한 경우, 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입법 및 그 밖의 조치를 채택할 방안 마련을 추진해야 한다.

제20조(부정축재)
각 당사국은, 자국의 헌법 및 법체계의 기본원칙에 따라 부정축재, 즉 공무원이 자신의 합법적 수입과 관하여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저한 자산 증식을 고의로 행한 경우, 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입법 및 그 밖의 조치를 채택할 방안 마련을 추진해야 한다.

제30조(소추 재판)
2. 각 당사국은 임무 수행을 위하여 자국의 공무원에게 부여된 면제와 특권으로 필요한 경우, 이 협약에 따라 규정된 범죄의 효과적인 수사·소추·재판의 가능성 간의 적절한 균형을 확립하거나 유지하기 위하여 자국의 법체계와 헌법상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제31조(동결,몰수 환수)
각 당사국은 이 조 제1항에 규정된 항목(정치 지도자의 부정축재)들을 종국적으로 몰수하기 위하여 확인·추적·동결 또는 압수를 가능하게 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공수처도 없고 여타 부패방지 제도화 조치도 미흡한 나라 대한민국

2003년 유엔부패방지협약 채택 이전 반부패기구(이하 ‘공수처’라 함)를 설치한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뉴질랜드 등 12개국에 불과했다. 그러나 유엔부패방지협약 채택 이후 오스트리아, 캐나다, 러시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케냐, 베트남, 부탄, 우크라이나 등 43개국이 공수처를 신설했다.

2019년 10월 현재 공수처를 설치한 나라의 수는 모두 56개국(EU, 홍콩, 마카오, 케이맨, 터크스제도 포함)이다. 이는 유엔부패방지 협약 제6조 1항 “각 당사국은 자국 법체계의 기본원칙에 따라 부패를 방지하는 기구가 하나 이상 존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에 따른 각국의 국내 법제도화 조치다.

별도의 부패방지전담기관을 설치하지 않은 미국, 독일, 일본,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등 법제 선진국들은 기존의 감찰기관, 회계검사기관, 검찰 경찰 등 법집행기관, 법원 등 법적용 사법기관, 또는 국가정보기관 등의 다원적 부패통제시스템을 개선해나가는 법제 개선 조치를 해왔다.

권력기관 간 상호견제 균형 감시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감찰권, 기소권, 수사권, 조사권, 체포권, 정보수집 심사권 등을 적절히 배분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1개 이상의 부패방지기관(공수처) 설치를 의무화한 유엔부패방지협약에 서명한지 16년이 지나도록 대한민국엔 공수처도 없고 부패방지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관도 없다. 관련 부패방지 제도 장치도 열악하기 짝이 없고 이렇다 할 제도 개선 움직임도 없다. 그저 ‘뼈를 깎는 자성’, ‘검토’, ‘추진’ 만 수십 년째, 오로지 ‘브레이크 없는 벤츠’ ‘검찰공화국’의 무한독주만 있다.

이에 귀감과 타산지석의 비교법학으로 각국의 공수처를 톺아보겠다.

금태섭 의원은 21일 “수사·기소권을 다 가진 공수처가 권한을 남용하면 어떻게 제어할 수 있냐”며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더 강한 권력기관(공수처)으로 하여금 기존 권력(검찰)을 감시하도록 한다는 점을 비꼬아 야당에서는 공수처를 과거 독일의 비밀경찰 ‘게슈타포’나 ‘보위부’에 빗대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귀감(龜鑑)이란 뜻은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을 말한다. 귀(龜)는 거북의 등을 위에서 본 모습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거북의 등을 불에 구워 그것이 갈라지는 균열을 보고 사람의 장래나 길흉을 점쳤다. 감(鑑)은 자신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보기 위해 대야에 물을 떠놓고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는 것을 말한다. 즉, 거울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바로 잡는다'는 뜻이 이 귀감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산의 옥돌을 가는 데에 쓸 수 있음을 뜻한다. 즉, 본이 되지 않은 타인도 자신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귀감과 타산지석의 법학 연구 방법론이 비교법학 방법론이다. 비교법학의 목적은 외국과의 비교 대비함으로써 자국의 입법상 개선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몇 주간 우리나라 권력형 부패방지에 귀감과 타산지석이 되는 공수처 관련 세계 입법례를 톺아보도록 하겠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대만, 오스트리아, 중국, 홍콩(이상 1개국 1회씩), 유럽연합, 영국, 프랑스, 러시아, 슬로베니아,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태국, 파키스탄, 부탄(이상 2~3개국 1회씩)등 16개 공수처의 조직 및 기능 주요 권한 등을 파악하고 제도적 요건을 상호 비교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들 부패방지기관과 회계검사기관(감사원), 법집행기관(경찰과 검찰),사법기관(법원) 또는 정보기관(국가정보원)등을 부패 통제시스템의 일부로서 갖는 전반적인 특징과 상호협력 관계 등을 파악해볼 것이다.

지금 국내의 핫이슈는 ‘공수처’다. 공수처와 관련한 각종 고담준론과 괴담과 낭설로 낭자하다. 이에 제도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융복합 인문사회과학도이자 다산과 연암을 잇는 21세기 신(新)실학자를 추구하는 필자는 조금도 휩쓸리지 않겠다.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쓰겠다.

세계 주요국 공수처(반부패기관) 일람표.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2018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 국제투명성기구(TI) 발표 국가별 청렴도
**노란색 배경 표시 국가는 국별 1회씩, 하늘색 배경 표시 국가는 국가별 2~3개씩 묶어 1회씩 연재 계획


◆세계 부패방지 전담 기관(공수처) 설치국가
총56개국

Ⅰ. 아시아
1. 싱가포르 CPIB 탐오조사국 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
2. 홍콩 ICAC염정공서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3. 부탄 ACC부패방지위원회 Anti-Corruption Commission
4. 대만 AAC염정서 Agency Against Corruption
5. 중국 NSC국가감찰위원회 National Supervisory Commission, CCDI중앙기율검사위원회
Central Commission for Discipline Inspection)
6. 마카오 CAC 염정공서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7. 베트남 CSCAC 중앙부패방지위원회
8. 태국 NCCC부패방지위원회 National Counter Corruption Commission
9. 말레이시아 ACA반부패위원회 Anti-Corruption Commission
10. 파키스탄 NAB 국가책임청 National Accountability Bureau
11. 인도 CVC중앙 감시 위원회 Central Vigilance Commission
12. 인도네시아 CEC부패근절위원회 Corruption Eradication Commission
13. 필리핀 진실위원회 Philippine Truth Commission
14. 방글라데시 ACC반부패위원회 Anti Corruption Commission
15. 미얀마 ACC부패방지위원회 Anti-Corruption Commission
16. 네팔 IAA권한남용조사위원회 Investigation of Abuse of Authority
17. 파푸아뉴기니 ITFS스위프 태스크 포스 Investigation Task Force Sweep
18. 이라크 ACB 반부패국 Anti Corruption Bureau
19. 사우디아라비아 NACC국가 부패방지위원회National Anti-Corruption Commission

Ⅱ. 유럽
20. 유럽연합 OLAF 유럽부패방지청 European Union European Anti-Fraud Office
21. 영국 중대부패조사청 Serious Fraud Office
22. 러시아 ICR러시아 조사위원회 Investigative Committee of Russia
23. 프랑스 SCPC부패예방청 National Agency for Prevention of Corruption
24. 그리스 SPCIT제도 및 투명성 특별상임위원회 Special Permanent Committee on Institutions and Transparency
25. 오스트리아 BAK 부패방지 및 투쟁청 Korruptionsprävention und Korruptionsbekämpfung
26. 라트비아 CPCB부패방지 및 퇴치국 Corruption Prevention and Combating Bureau
27. 폴란드 CAB중앙반부패국 Central Anticorruption Bureau
28. 루마니아 NAD국가반부패국National Anticorruption Directorate
29. 스페인 SVA반부패감독청 Servicio de Vigilancia Aduanera
30. 우크라이나 NABU 국가부패방지국National Anti-Corruption Bureau, HACC반부패고등법원 High Anti-Corruption Court
31. 세르비아 ACA부패방지국 Anti-Corruption Agency
32. 슬로베니아 CPC부패예방위원회 Commission for the Prevention of Corruption
33. 리투아니아 LSIS특별조사처 Lithuania Special Investigation Service
34. 아제르바이잔 부패퇴치위원회 Commission on Combating Corruption

Ⅲ. 아프리카
35. 남아공 국가부패방지포럼 National Anti-Corruption Forum
36. 시에라리온 부패방지위원회 Sierra Leone Anti-corruption Commission
37. 이집트 행정통제국 Administrative Control Authority
38. 짐바브웨 부패방지위원회 Anti-Corruption Commission
39. 에티오피아 FEACC연방 윤리 및 부패 방지 위원회
40. 케냐 윤리및 부패방지위원회Ethics and Anti-Corruption Commission
41. 라이베리아 부패방지위원회 Liberia Anti-Corruption Commission
42. 마다가스카르 BIANCO독립부패방지국 Bureau Indépendant Anti-corruption
43.브룬디 ACEMO반부패경제손실관측소 Anti-corruption and Economic Malpractice Observatory
44. 모리셔스 ICAC 반부패 독립위원회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45.나미비아 ACC부패방지위원회ia Anti-Corruption Commission
46.나이지리아 ICPC 독립 부패 관행 위원회 Independent Corrupt Practices Commission
47. 카메룬 NACO국가반부패조사청 National Anti-Corruption Observatory
48. 탄자니아 WIROBA 반부패조사국 Warioba Commission

Ⅳ.아메리카
49.카나다 퀘벡 UPAC 상설반부패청 Unité permanente anticorruption
50.아르헨티나 반부패청 Oficina Anticorrupción
51.자메이카 OCACA주요범죄 반부패청 Organised Crime and Anti-Corruption Agency
52.케이맨 제도 ACC반부패위원회 Anti-Corruption Commission
53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IC통합위원회 Integrity Commission

Ⅴ.오세아니아
54.뉴질랜드 중대부패조사청 Serious Fraud Office
55. 호주
①뉴사우스 웨일즈, 반부패 독립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②퀸즐랜드, 범죄 및 부패 위원회Queensland Crime and Corruption Commission
③남호주 반부패 독립 위원회 South Australia Independent Commissioner Against Corruption
④빅토리아주 독립광역기반 부패방지위원회 Independent Broad-based Anti-corruption Commission
⑤서호주 부패 범죄위원회 Western Australia Corruption and Crime Commission
56.피지 ICAC독립반부패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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