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무연고 사망] ② 나날이 늘어간다 '아무도 모르는 비극'

2019-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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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1만명 넘어…노인과 남성 비율 크게 높아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사망자는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6년간 무연고사망자의 수는 1만 692명에 달한다. 연도별로 2014년 1,379명에서 점차 늘더니 지난 2017년에는 2,000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상반기에만도 벌써 1,362명에 달한다. 6년 만에 무연고 사망자 수는 77.4%나 증가한 셈이다.

◇노인과 남성의 비율 크게 높아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무연고사망자의 대부분이 남성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 무연고 노인 사망자가 4,438명(41.5%)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50대 23.8%(2,549명), 60~64세 15.4%(1,644명) 등이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남성(26.7%)과 50대 남성(21.5%)의 비중이 높았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장사정보시스템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있는 무연고 게시판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상 무연고 사망자 공고게시판에는 사망한 이들의 성별, 나이, 사망한 장소, 사인 등이 표시돼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 12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 9조의 규정에 따라 해당 지자체는 무연고 사망자의 사체를 처리하고, 같은 법 시행규칙 제 4조의 규정에 의거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정보를 공고하고 연고자가 사망자의 유골을 인수하도록 해야 한다. 각 지자체의 게시판에 공고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이처럼 보건복지부 통합 사이트에 게시되는 경우도 있다.

올해 11월 e하늘장사시스템에 올라온 공고에서 사망한 무연고자들 대부분은 노인이었다. 1954년생인 차남옥 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 심폐부전으로 사망했다.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난 문택규 씨도 1940년생으로 여든에 가까운 노인이었으며, 역시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또 다른 무연고 사망자인 박순연 씨 역시 1941년생이었다. 요양병원에서 숨진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택에서 숨진 노인들도 있었다. 혹은 이름도 연령도 사인도 모두 '불명'인 무연고자는 경기도의 한 공동묘지에서 숨졌다는 단서만을 가지고 유골을 찾으러 오는 이를 기다려야 한다.

무연고자로 숨지는 노인들의 상당수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다. 고독사 등 특수유품처리 업체인 크린키퍼스의 이창호 대표는 "무연고로 사망하는 이들 중 가족이 아예 없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락이 닿아도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가족의 시신을 외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빈곤층 노인의 경우 상당수가 무연고자의 신분으로 세상과 작별을 한다. 실제로 나이가 든 노인들의 경우에는 혼자 맞이하는 죽음을 피하려고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자 스스로 병원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들 비중 높지만, 우울로 인한 죽음도 많아

크린키퍼스의 이창호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업체를 운영하면서, 유품을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 달에 6~7건 고독사나 무연고사 현장을 방문하게 된다.

이 대표는 방문하는 곳들에서 '우울'의 신호들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스스로 곡기를 끊어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고 말했다. 먼지가 앉은 밥솥,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만 쌓여있는 현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울은 식욕마저도 잡아먹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 같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한 빌라였다. 침대 맞은편에는 우울한 분위기의 그림이 걸려있었고. 사망한 이의 시신이 누워있던 침대의 자국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당시 사망한 분의 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부엌이다. 아주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흔적이 없었다"고 이 대표는 회상했다. 중년의 여성은 자신의 침대에 누운 채로 아사한 것이다.

무연고자 장례를 돕는 시민단체인 나눔과 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 역시 우울을 가장 큰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박 상임이사 "가장 기억에 남는 무연고자 중 한 분은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년 남성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세상과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해 산까지 올라가면서 그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달 파주에 위치한 서울시립 용미리 공원묘지 100구역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 앞에서 사회적 고립으로 삶을 마감한 무연고 사망자들의 합동 위령제를 지냈다. 위령제는 사회노동위와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 나눔,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가 3년째 빈곤철폐를 외치면서 계속해온 행사다.

봉안당은 추모의 공간이 아닌 보관시설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열리지 않는다. 이날 위령제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추모의 집에 안치된 3,300여 명의 유골 중 연고자의 손에 돌아간 사례는 고작 145건 밖에 없다.

◇"피 묻은 매트리스가 방치되기도"···유품처리 관리도 체계 갖춰야

이처럼 무연고 사망이 늘고 있지만, 이들과 관련된 규제는 여전히 헐거운 부분이 많다. 무연고사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시신 처리에 대한 규제는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시신이 대부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주변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유품처리에 대한 세밀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무연고사망자는 사망 판단 뒤 유품처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무연고 사망의 경우에는 가족들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신이 부패한 상황에서 수습된 경우에는 좀 더 빨리 시신을 처리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린키퍼스의 이 대표는 구더기가 들끓는 집도 수없이 들어가 봤다고 말했다. 공동세대일 경우에는 구더기가 배수관을 타고 다른 가정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최근 고독사나 무연고사가 늘면서 무허가 관련 업체들이 난립하는 것도 문제라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사망자의 피가 묻은 매트리스 등을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제대로 된 소독을 하지 않고 사망 현장을 처리해 주변으로의 세균 감염의 위험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본의 경우에는 지정폐기물로 무연고사망자의 유품이나 생활품들은 따로 처리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사망한 이가 전염병을 앓던 환자였을 경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제대로 된 폐기물 처리가 되지 않은 채 비위생적인 물품들이 방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점차 무연고 사망과 고독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좀 더 철저하게 사후 유품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6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에 위치한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한 지인이 봉안된 유골함 앞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사진을 올려놓고 추모하고 있다. [사진=나눔과 나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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