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상장용지에 출력한 표창장…검찰 시연 '사실상 헛수고'

2020-11-02 13:49
  • 글자크기 설정

2019년 상장용지 새로 인쇄…2013년때와 은박위치 달라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표창장 위조를 증명해 보이겠다'며 검찰이 법정에서 한 '위조 시연'이 사실상 헛수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연에 사용된 상장용지(2019년 인쇄)가 2013년의 상장용지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30초 만에 표창장 위조'가 가능하다며 출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사용된 상장용지는 2019년에 인쇄된 것으로, 2013년 표창장이 만들어질 때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 검찰은 지금까지도 이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혀 엉뚱한 '용지'가 사용된 만큼 검찰의 시연은 아무런 증명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1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본지가 확보한 2013년과 현재의 상장 용지는 은박 부분의 위치가 상당히 다르다. 현재 상장용지는 2013년 것과 비교해 위로 5㎜, 오른쪽으로 3㎜ 정도 옮겨진 곳에 은박이 찍혀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2012~2013년 동양대에서 발급된 모든 표창장과 상장 용지는 은박 부분의 위치가 같지만 검찰이 시연한 표창장 용지는 은박 부분이 기존 용지보다 올라가 있는 것. 

앞선 재판에서 검찰은 여백주기를 미리 끝내놓고 단축키 설정까지 마친 이른바 '세팅이 끝난' 양식을 이용해 표창장을 출력했다. 당시 검찰은 편집 용지 조정 등을 통해 "거의 비슷하게" 출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표창장 용지를 사용할 때 그러할 뿐, 2013년 용지를 사용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아주경제가 직접 실험해 본 바에 따르면 2013년 용지에 출력할 경우 검찰이 주장한 대로 한글파일 속성에서 편집 용지를 최대치로 조정하더라도 '동양대학교 최성해 총장(직인)' 부분은 은박 부분에 가깝게 붙거나 은박부분을 침범해 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경심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시점은 2013년이다. 따라서 양식이 달라진 2020년의 표창장 용지로는 2013년의 '위조'를 시연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다만 검찰도 표창장 용지 차이 부분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대 직원들도 표창장 용지가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동양대에서 사용된 2013년 표창장 용지, 검찰이 사용한 2020년 표창장 용지 비교. [사진=김태현 기자]

 
겹쳐놓고 보니 더 큰 차이…하단부는 완전히 달라
 

검찰이 출력한 표창장 위에 앞서 공개된 조민씨의 복사본 표창장을 덧대 비교했다. [사진=김태현 기자]
 

"피고인은 아들 상장 하단부의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의 캡처 이미지를 (딸의) 표창장 서식 한글 파일 하단에 붙여 넣고 컬러 프린터로 미리 준비한 동양대 상장 용지에 출력하는 방법으로 동양대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여 '동양대 총장 최성해 명의의 표창장'을 만들었다."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밝힌 표창장 위조의 방식이다. 그간 표창장 위조 방법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이 치열했다. 하지만 '상장용지 문제'까지 드러나면서 상황은 검찰에 불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재판에서 출력해서 보인 검찰의 표창장은 아무 증명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본지는 상장 간 차이를 쉽게 증명하기 앞서 공개된 조민씨의 표창장을 OHP필름에 인쇄해 검찰이 시연한 표창장과 직접 비교해봤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검찰이 시연한 방식으로는 표창장을 제작할 수 없다.

실제로 검찰이 출력한 상장과 공개된 상장을 상장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동양대학교 로고를 기준으로 겹쳐놓을 경우 은박부분과 하단부분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하단부로 내려갈수록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사진촬영 과정에서의 왜곡현상이 이런 문제를 만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이 시연에 실패하고 실제 표창장과 사진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설명(왜곡현상이든 뭐든)을 내놓지 못하면서 '위조방식'을 시연해 공소사실을 입증하겠다는 검찰의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